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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형도 시인의 빈집과 질투는 나의힘

컬처 플러스/Life +

by blackkiwi 2009. 5. 3. 23:2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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빈 집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
   기형도


 

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


잘 있거라, 짧았던 밤들아

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

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, 잘 있거라

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

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

잘 있거라,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


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

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 



 

기형도 빈집

 

 

 

질투는 나의 힘

 

기형도 

 

 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 

 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 

 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 

 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 

 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 

 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 


 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 

 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 

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 

 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 

 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 


 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 

 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 

 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.

 

 

 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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